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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존경하는 권장섭 총재님의
깊은 혜안(慧眼)으로 열리는
이번 총재배를 앞두고,
반상(盤上)의 도를 닦는
한 구도자의 마음을 담아 이 시를 올립니다.
장기판 위에 내려앉은 것은
차갑게 깎인 기물(棋物)의 행보이나
그 끝을 타고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은
수만 번의 밤을 건너온 서늘한 기결(氣結)이라.
눈으로 쫓는 길은 낱낱의 기술이요
손끝이 머무는 곳은 치열한 계산이지만
그 너머 안개 속에 숨겨진 외길은
오직 흔들리지 않는 마음만이 알아채는 법.
이길 수 있을 때 멈출 줄 아는 여유와
패색(敗色) 짙은 어둠 속에서도 등불을 켜는 용기
반상은 이미 천하를 품은 너른 뜰이니
그곳에 심는 것은 수(手)가 아니라 구도자의 숨결이라.
보이는 기술은 적의 목을 겨누나
보이지 않는 마음은 스스로를 이기게 하니
오늘 던진 한 수에 천하의 고요가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