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계 최강자로 꼽히는 유종범 6단, 이창원 9단, 양승태 8단 [사진=대한장기협회 제공]](https://cdn.dailysportshankook.co.kr/news/photo/202512/421357_431238_2534.jpg)
[데일리스포츠한국 김경동 기자] 2025년 민속장기계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역동적이었다.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장기판은 제3대 권장섭 대한장기협회 총재의 취임과 함께 국수전, 명인전, 기성전 등 권위 있는 기전들이 부활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 한 해 굵직한 대회들이 연이어 치러지며 수많은 우승자가 탄생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2025년 장기계의 진정한 1인자는 누구인가?"
올해 초반 장기판은 '예측 불허' 그 자체였다. 지난 3월, 총재배에서 한양대 출신의 아마추어 한빈이 프로 고수들을 연파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신세대 장기의 힘을 보여준 그는 이후 초단으로 입단하며 장기판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이어 열린 최고수전에서는 대구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한현재 4단이 전기 우승자 강동호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영화 '승부'를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길렀다는 그는 무명의 설움을 딛고 최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처럼 대회마다 다른 우승자가 배출되자, 장기계는 바야흐로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혼란스러운 형국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이는 양승태 7단이었다. 그는 7월 기왕전 우승에 이어, 8월에 12년 만에 부활한 명인전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특히 명인전 결승에서는 백전노장 김승래 9단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태산북두'라는 별명에 걸맞은 위용을 과시했다. 한때 양승태 7단이 2025년의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 보였으나, 장기판의 향방은 가을에 접어들며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10월과 11월, 장기판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쏠렸다. 유튜브 '타이슨장기'로 팬들과 소통해 오던 이창원 9단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0월 국수전에서 신예 강호 강동호를 3-0으로 완파하며 입단 20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의 기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뒤인 11월 30일, 패왕전 결승에서 그는 20대 신예 강민승 초단을 상대로 노련미와 파괴력을 앞세워 2-1 승리를 거두며 시즌 2관왕에 등극했다. 특히 이창원은 "AI는 전혀 모르며 순수한 아날로그 장기를 둔다"는 고집스러운 철학으로, AI 공부에 익숙한 젊은 기사들을 연달아 물리치며 '올드보이'의 저력을 증명했다. 그는 국수전 우승과 패왕전 우승으로 7단에서 9단으로 승단했다.
올해 성적으로 볼 때 장기계는 양승태와 이창원이라는 두 거물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모양새다. 기록상으로는 두 기사 모두 2관왕을 차지하며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양승태 7단은 기왕전과 명인전 우승을 통해 안정감과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창원 9단은 국수전과 패왕전을 잇달아 석권하며 하반기 최고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8단에서 '입신의 경지'인 9단으로 승단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수의 지위를 확보했다.
수치상으로는 이창원 9단이 조금 더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창원 9단은 국수전 우승 과정에서 양승태 7단을 꺾고 올라온 강동호를 제압했고, 최근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승태 역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어, 팬들 사이에서는 "두 기사가 맞대결을 펼쳐야 진정한 1인자가 가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025년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기성전이 12월 7일 본선 32강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최근 기세가 최고조에 달한 이창원 9단은 이미 준결승전에 진출해 3관왕을 조준하고 있다. 만약 이창원이 기성전까지 거머쥔다면 2025년은 명실상부 '이창원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양승태 7단 역시 기성전 본선32강에 진출해 오는 1월11일 본선 첫 대국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랭킹 1위 유종범 6단과 양승태 7단를 비롯하여 신예 강자 강동호 3단, 한빈 초단, 강민승 초단 등이 이창원 9단의 독주를 저지한다면 장기계의 패권 다툼은 내년까지 이어지는 안개 정국에 빠지게 된다. 전 KBS장기왕전 해설위원 김승래 9단은 "내년은 현재 장기계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는 양승태 명인·기왕과 이창원 국수·패왕의 맞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다. 와신상담 중인 유종범 6단과 한현제 4단의 역습과 한빈 초단, 이재홍 초단, 박기현 2단 등 신예 기사들의 이변과 변수도 장기판을 흔들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